Episode 5. 업무의 시작
며칠 동안 축제를 즐기고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불안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굉장히 뜻밖의 합격이었기 때문에
역시 운이 좋았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첫 출근 날짜를 받고 설레는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일을 똑바로 처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걱정과
여러 가지 다른 복잡한 생각들이 들며 많은 긴장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어쨌든 사무실 근처 집을 운이 좋게 빨리 구했었다.
(근처라고 하기엔 지하철이 사무실과 이어져 있지 않고,
버스도 환승을 한번 해야 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출근할 때의 기쁨은 좋았다.
내가 일 해보고 싶었던, 경험해 보고 싶었던 직무에서의 일이었기에 행복했다.
첫 출근 날 사무실에서 모두에게 인사하기 위해
사무실을 한 바퀴 쭉 돌며 명함을 받았고, 그 뒤로는 컴퓨터 세팅을 했다.
사용하게 될 사내 메일을 부여받고 팀장님, 대리님과 면담을 하다 보니
그 날 오후 시간이 금방금방 갔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대리님이 엄청 친절하셔서 기억에 남는다.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시에는 대기업은 역시 친절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다른 회사를 다녀보면서
어딜 가서 친절한 선배와 만나는 것은
그 회사의 규모나 다른 것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딜 가던지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점심을 먹을 땐 조금 불편했었다. 어색하게 다 같이 밥을 먹고
멸치를 우유에 말아먹는 것처럼 안 어울리게
중간에 끼여있던 것이 생각난다.
인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단기간 업무를 경험해보고 계약 만료 시 그냥 끝나는 체험형 인턴,
그리고 정직원 전환을 전제로 한 전환형 인턴.
여차저차 인턴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일을 했지만
나는 어차피 얼마 있다가 계약이 종료되는 체험형 인턴 같은 느낌이었기에
(방치될 때도 있고, 바쁠 때도 있었다.)
하나의 파트를 심도 있게 배우기보다는
여러 가지 파트를 넓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배정받은 부서가 무색할 만큼
이 팀 저 팀 상황에 맞게 불려 다니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처리했다.
전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기 내가 했던 여러 가지 일을 나열해 보겠다.
1. 유럽 내 특정 상품군 환경 규제 조사 (친환경 관련 이슈)
2. 무역분쟁 분석 및 관련 자료 조사 후 PPT 자료 제작
3. 경쟁사에 대한 조사
4. 특정 제품 관세 및 관세 쿼터제에 대한 조사 및 쿼터 소진율 체크
5. 각종 서류 (Invoice, B/L, P/O) 제작, 처리, 분류
6. 특정제품 세금 관련 이슈 파악 및 조사
7. 사내 이벤트 기획 및 진행
기억나는 뭔가 중요한 듯했던 업무들이 이 정도였다면
저것들 말고 여러 가지 잡다한 업무부터 시작해
다른 일들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쨌든, 했던 업무들은 간략하게 간추리는 작업을 하니
여러 팀에서 받은 미션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던 날들이 떠오른다.
역시 한 가지 직무를 경험하는 것보다
여러 팀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해 보니
귀국 후 취업준비를 하며
원하는 직무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음.. 조금 도움이 된 것 같다. 아주 조금.
한 가지 직무에 대해 심도 있게 무언가를 해보는 것이
어쩌면 단기 인턴에게는 불가능했던 미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름 넓은 스펙트럼의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업무야 그렇다 쳐도 아침에 매일 일찍 일어나서
출퇴근을 매일 한다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
당시 막 첫 회사생활을 시작한 나는 마치
시식코너에서 삶의 고통을 잠깐 맛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는 주말에도 7시가 되면 눈이 떠지는 걸 보니
직장인이 다 된 것 같다.
한국의 모든 직장인을 응원하고 싶다.
여담이지만 지금 현재의 회사에서도
내가 이 직무에서 일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아니, 사실 좀 자주 한다.
어쨌든 취업 한파인 지금 이 시기에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는 하지만
나의 선택, 나의 결정은 나의 몫이기에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감돈다.
역시 인생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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